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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 축구교실, 함께 한다는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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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 축구교실, 함께 한다는 기쁨
  • 경기포커스
  • 승인 2019.10.01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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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하면 즐겁다. 여학생 축구교실이 준 값진 선물이다.

[경기포커스]대한체육회가 주최하고 대한축구협회와 충청북도(제천시)축구협회가 주관하며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체육진흥공단, 제천시가 후원하는 2019 여학생 축구교실 대회가 28일부터 29일까지 1박 2일 간 제천축구센터에서 열렸다. 이번 대회는 전국 49개 여학생 축구교실이 초등 저학년, 초등 고학년, 중고등부 등 69개 팀으로 분할해 참가했다. 참가 선수와 지도자, 응원하러 온 학부모까지 약 800여 명이 제천축구센터를 가득 메웠다.

첫째 날인 28일 오전 제천축구센터에 모인 참가자들은 각 파트별로 나눠 축구경기를 치렀고, 저녁에는 레크리에이션을 하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경기장 밖에는 페이스 페인팅 등 각종 이벤트로 진행됐다. 둘째 날에도 경기는 계속됐다. 초등 저학년부와 초등 고학년부 중 일부는 전·후반 각 10분씩 5대5 게임을 했고, 나머지 초등 고학년부와 중고등부는 전·후반 각 10분씩 8대8 게임을 가졌다. 이들은 둘째 날 경기 때 시간을 더해 전·후반 각 15분씩 경기를 치르기도 했다.

대회였지만 승패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승부위주의 축구대회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취지에 따라 이번 대회는 참가선수 전원에게 메달이 수여되기도 했다. 경기장 여기저기에서는 시종일관 파이팅을 외치는 소리와 웃음소리, 박수소리만 들렸다. 순천시 여학생 초등부 축구교실의 송가이(13) 양은 “대회에 참가해 새로운 걸 배워서 좋다. 골도 넣어서 기분이 좋다. 또래들이랑 축구하니 재미있다. 앞으로 이런 기회가 더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 여자축구의 인프라는 남자축구의 그것에 비해 많이 열악하다. 축구교실에서 뛰고 있는 여학생 선수들에게 여학생 축구교실 대회는 다른 팀 선수들과 경기하고 교류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다. 이 때문에 참가자들의 만족도는 굉장히 높았다. 포천시 여학생 초등부 축구교실의 한 학부모는 “애들이 이 대회에 올 때마다 너무 좋아한다. 여기서 경기를 뛰고 돌아가서 훈련하면 확실히 달라진 모습이 보인다”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축구를 취미로 즐기는 학생들이다. 엘리트 축구선수를 꿈꾸는 학생은 1/3 정도다. 하지만 굳이 선수가 되지 않아도 좋다. 축구 그 자체를 즐기고, 즐거움을 느끼는 학생들이 많을수록 저변은 탄탄해지는 법이다. 각 여학생 축구교실을 이끌고 이 대회에 나온 지도자들도 절대 성적을 강요하지 않는다. 학생들이 즐기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다.

경북 칠곡군 여학생 초등부 축구교실의 최지혜 지도자는 “이 대회는 승패가 전혀 중요하지 않다. 기본기 향상 위주로 강조하고 있다. 경기에서 져도 괜찮으니 자신 있게 하라고 한다”고 말했다. 부산 사하구 여학생 초등부 축구교실의 정수진 지도자도 “다른 지역의 여학생들과 함께 축구하니 좋다. 아이들이 경기를 즐길 수 있다. 소중한 경험”이라고 했다.

아마추어지만 열정은 프로 못지않았다. 약간은 어설프지만 아이들은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했다. 골이 터지면 나름의 멋진 세리머니를 하기도 했다. 지켜보는 학부모들은 누구보다 열띤 응원을 했다. 사하구 여학생 중고등부 축구교실의 손승주(17) 양은 “같이 축구해서 재미있다. 참가자들이 엘리트 선수들이 아니기에 실력이 비슷해 더 재미있게 축구를 한 것 같다. 경기 시간도 길지 않아서 힘들지 않게 했다”고 말했다.

2009년부터 시작한 여학생 축구교실은 이제 한국 여자축구의 저변 확대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단순히 참여하고 즐기는 걸 넘어서 전문 선수의 등장에 기여하기도 했다. 남원시 여자어린이 축구교실에서 공을 차다가 광양중앙초 축구부로 스카우트 되어 차범근 축구상에서 최우수여자선수상을 수상한 김윤서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번 대회에 나선 참가자들이 미래 엘리트 축구선수가 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분명한 건 여학생 축구교실이 참가자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자극을 줬다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이 아이들이 무슨 일을 하든, 축구는 이들에게 삶의 활력소가 될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들은 여학생 축구교실에 바라는 점도 가감 없이 얘기했다. 최지혜 지도자는 “이틀 간 경기 수가 세 경기밖에 되지 않아 조금은 아쉽다. 아이들이 더 뛸 수 있는 체력이 되지만 세 경기밖에 되지 않으니 노는 시간이 많아진다. 내년에는 경기 수를 더 늘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손승주 양도 “이 대회처럼 모두가 함께 뛸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1년에 한 번은 너무 적다. 경기수도 경기 시간도 더 늘었으면 한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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